리더들은 전문성의 경계 안에서 어떻게 진정성과 인간성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할까요?
팬데믹 초기, 줌(Zoom) 회의 속 배경에 반려동물이나 아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일과 삶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을 반갑게 받아들였습니다.
이 새로운 인간성의 공유가 직장에서 더 강력한 단결심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시기가 몇 달, 몇 년으로 이어지면서 반발이 생겼습니다.
리더들은 “정말로 ‘온전한 자기 자신(whole self)’이 직장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술 투자자 마크 안드리센(Marc Andreesen)은 X(구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절대, 절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당신의 ‘온전한 자아(full self)’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그건 집에 두고 와야 하고, 직장과 공적인 자리에서는 전문인으로, 성인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또한 이 논의가 지나치게 화이트칼라 사무직 경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파멜라 폴(Pamela Paul)은 이렇게 썼습니다.
“누구도 생산 라인 노동자나 고객 서비스 담당자에게 기업 안에서 더 많은 개인적 취약성을 드러내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에게 일의 목적은 자아실현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일터에서 리더가 어떻게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의 최근 기사에서는 리더의 여과 없는 공유가 직원들에게 신뢰와 확신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정성은 종종 정직과 혼동됩니다.”라고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직(Tomas Chamorro-Premuzic)은 썼습니다. “하지만 리더십에서 더 중요한 것은 감정지능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고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지요.”
일하는 모습 너머의 인간성을 존중하는 공간 만들기
일하기 좋은 기업들은 좁은 의미의 직업적 성취를 넘어 더 많은 것을 위한 공간을 마련합니다.
Great Place To Work의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이 직장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일 수 있다고 느낄 때, 출근을 기대할 확률이 두 배 높으며, 현재 직장에 머물고 싶어할 가능성이 50% 더 높습니다.
또한 관리자가 직원을 한 인간으로서, 직장 밖의 책임과 목표까지 포함해 관심을 갖는다고 느낄 때, 직원들이 혁신할 수 있다고 답할 확률이 40% 더 높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이 자신의 모든 성격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에 ‘온전한 자기 자신’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말할 것입니다.”라고 Great Place To Work의 전략 자문가 줄리안 루트(Julian Lute)는 말합니다. “그들은 그때그때 리더와 상황에서 용인되는 부분만 가져오려고 합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 코스텔로 비즈니스 스쿨의 사라 위트만(Sarah Wittman)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조직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은 ‘온전한 자아’ 중 다듬어진 일부분뿐입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일은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대신 위트만은 직장을 자원의 교환 공간으로 생각할 것을 권합니다.
“우리가 직원들에게 어떤 공동체와 자원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조직이 여러분에게 어떤 자원이 되기를 원하시나요?”라고 묻는 방식입니다.
의미 있는 일과 목적
그렇다면 경계는 어디에 그어야 할까요?
한 가지 유용한 관점은 ‘목적(purpose)’의 역할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루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직원들은 단순히 급여를 위해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직장에 두고 오지 않는다는 느낌을 원합니다.”
그리고 직원의 ‘중요한 부분’을 가늠하는 방법 중 하나는 ‘목적’을 묻는 것입니다.
“목적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라고 루트는 설명합니다. “당신의 가치와 일은 일치합니까? 당신은 자신이 섬기는 고객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나요? 고용주는 아버지, 남편, 지역사회의 일원과 같은 다른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나요?”
이런 일치가 이루어지려면, 리더는 직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리더는 직원의 직장 안팎의 삶을 알아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부분이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루트는 말했습니다. 그렇기에 경청은 신뢰를 쌓는 9가지 리더십 행동 중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지식이 있어야 공감과 배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숨겨진 역량을 발견하는 방법
리더가 직원들의 드러나지 않은 역량을 알아내는 한 가지 방법은 위트만이 제안하는 ‘역량 발견 연습’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동료에게는 친구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멘토일 수도 있습니다.” 위트만은 설명합니다. “이것은 직장에서 발휘되는 역량이지만, 이외에도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숨겨진 다양성이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특성들이지요.” 위트만은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악기를 연주한다든지, 방향 감각이 뛰어나다든지, 이런 기술들은 직장에서 바로 드러나지 않지만 동료 간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위트만은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가진 강점이나 역량을 포스트잇에 적어 화이트보드에 붙이도록 합니다. 5명에서 30명 규모의 그룹은 각 역량과 팀 내 잠재적 필요를 연결하며 토론합니다.
“심지어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역량을 보는 것만으로도 타인을 보는 시각이 달라집니다.” 위트만은 설명했습니다.
이런 지식 공유는 혁신과 팀 성과를 이끄는 연구에서도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리더십 전문가이자 저자인 바네사 드루스캇(Vanessa Druskat)은 Great Place To Work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은 대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해야 비로소 서로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연구한 모든 팀에서 성과와 연결된 가장 중요한 규범은 바로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었습니다.”